아저씨 개발자의 미국 진출기
열심히 야근을 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링크드인 프로필을 정리해 놓아서 종종 링크드인 메일을 통해 구인 메일을 받아왔었는데 이 날은 아마존 본사의 한국 채용 관련 인터뷰 제안 메일 이었다.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미국에서 개발하는 일에 다소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지라 바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인터뷰를 통과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기회 아닌가 마음을 비우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되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IT 기업들도 이력서를 통해 자기 회사에 필요한 인력인지 파악을 하지만, 인터뷰가 통과된 다음에는 최대한 후보자의 코딩 실력 및 인성을 검증하여 사람을 뽑는다.
첫번째 면접은 온라인 알고리즘 문제 풀이였다. 미국 회사에서 제공한 문제풀이 사이트에 가서 문제를 풀고 문제와 관련된 여러 질문에 답했다. 다행히도 내가 비교적 잘 알고있는 부분에 대한 문제였고 나름데로 열심히 문제를 풀고 질문에 답했다. 몇 주 지나서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제 겨우 온라인 면접을 통과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대면 면접을 통해 4명의 면접관을 만나야 하고 알고리즘 문제 풀이 및 여러 질문에 잘 대답을 해야 했다. 면접 일정은 설 연휴 이후에 잡혔다.
미국 IT 회사 면접을 통과하려면 기본적이고 공통적으로 알고리즘 / 자료구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문제 풀이를 많이 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링크드리스트를 잘 이해하고 링크드 리스트를 내가 직접 구현할 수 있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코딩 면접에서 링크드 리스트를 구현해보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훌륭하게 잘 대응할 수 있겠지만 링크드 리스트를 응용한 알고리즘 문제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고등학교 때 수학 정석을 보면 기본 원리가 나오고 다양한 응용 문제를 풀어봐야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실력이 느는 것 처럼 코딩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알고리즘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
대면 면접은 한 사람당 50분씩 네명을 만났다. 각자 알고리즘 및 자료구조 시스템 설계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또한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 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쉽지 않았다. 더구나 잛은 영어로 대답을 하려니 정말 쉽지 않았다.
힘들게 문제 풀고 대답하고 하다보니 훌쩍 시간이 지났고 뭐 잘 되겠나 이런 어려운 면접이 하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그런데 몇 일 후 거짓말 처럼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한국에서 공부하고 회사를 다녔었기 때문에 미국 IT 회사에 합격해본 적이 없었고 결과를 받아보고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아내와 함께 기뻐하며 정말 미국을 가는건가 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비자 문제가 또 있었다. 회사에서 비자를 지원해 주긴 하지만 신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 현재 h1비자의 경우 매년 받을 수 있는 사람 수에 미국 정부가 제한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발급 되는 비자 수 보다 신청자의 수가 많으면 컴퓨터 추첨을 통해 비자 면접 대상자를 정한다.
비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올해의 비자 면접 신청자 수가 비자 발급자의 세 배라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에 그렇게 어렵게 면접을 통과했는데 1/3의 확률로 비자 심사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니... 거의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세 달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계속 이 일에 신경을 쓸 수 없고 거의 그냥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감사하게도 비자 면접 대상자로 추첨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드디어 h1 비자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비자 심사 및 해외 이주 등의 복잡한 과정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복잡하고 재미가 없으니 그냥 생략하기로 한다.
